6월 26일 세계마약퇴치의 날을 맞이하여 신태용 전북마약퇴치운동본부장이 약사공론에 글을 기고했다.

마약류 관련 사건들이 매일 뉴스에  등장하면서 마약이라는 말만 들어도 고개를 돌리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또 사람들을 움츠러들게도 하는 것도 사실이다. 마약류사범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우려되지만 더 심각한 것은 마약류에 접근하는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으며, 20대와 30대의 비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입 방법도 텔레그램, SNS 등 다양해졌다.

오늘날 마약류 문제는 모든 나라가 겪고 있는 전 세계적인 문제이며 인류의 공통관심사 중의 하나이다.

마약류 중독의 심각성에 대해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지만 대부분 나와는 상관없는 일, 일부 연예인이나 재벌가 자녀 등의 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마약류중독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교통사고의 위험이 누구에게나 있듯이 마약류중독에서 우리 모두는 안전하지 않다. 우리 모두는 미래의 마약류 중독자라고 할 수 있다.

마약류중독은 대부분 단순한 동기에서 시작된다. 호기심에서, 친구의 권유에 의해, 피로회복제, 감기약, 기분 좋아지는 약, 술 깨는 약이라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마약류중독이라는 병에 걸리게 된다.

어떤 원인에 의해 시작되었든 마약류중독은 가정 붕괴, 반복되는 처벌과 사회복귀, 경제적인 어려움, 사회적 고립 등을 거치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다.

중독자들은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쳐도 마약이라는 늪이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아 좌절했던 기억들, 가족에 대한 미안함, 가족들이 모두 떠나고 혼자 남겨진 외로움, 주위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비웃음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끊으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완전히 끊을 수 없는 것이 마약류의 끈질긴 생명력이다. 마약류 중독은 코로나19처럼 다른 사람에 의해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선택했지만 중독에서 벗어나 회복으로 가는 여정은 혼자의 힘으로는 갈 수 없다.

우리의 관심과 배려가 중독에서 벗어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특별한 관심을 갖자는 것이 아니라 몹쓸 인간, 사회에서 영원히 없어져야 할 인간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누군가의 귀한 아들, 누군가의 좋은 아내, 가족을 사랑하는 좋은 아빠라고 생각하면서 평범한 이웃으로 대해주자는 것이다. 이것이 이들의 회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들을 이웃으로 만난 것, 이것도 귀중한 인연이 아닐까.

내가 만나는 중독자에게 관심을 갖고 배려하는 것, 이것이 정말 행복한 인연이 아닐까. 이 인연으로 이들이 달라져 단약에 성공할 수 있다면 나에게 큰 기쁨이 되지 않을까. 또 이들과의 인연으로 내가 달라져 내가 더 좋은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나라의 법령에는 마약류중독자에 대한 국민의 협조사항이 규정되어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제2조의 2, 제2항)’에는 ‘국민은 마약류중독자에 대하여 치료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협조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마약류의 폐해를 인식하고 마약류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UN은 1987년부터 6월 26일을 ‘세계마약퇴치의 날’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도 1992년부터 매년 이날을 기념해왔으며 2017년부터는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여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다시 마약퇴치의 날을 맞으며 “마약퇴치의 날”이 마약류 중독자들을 배려하고, 중독자들에게 관심을 갖는 그런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마약류 중독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없는 세상, 우리의 다음 세대가 마약류 중독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살기를 꿈꾸며.

날개가 상한 새도 다시 날 수 있다. 우리의 관심과 배려가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