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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와 마약

20년 넘게 성인기의 대부분 동안 히로뽕을 했는데도, 향정으로만 10번 넘게 구속돼서 인생이 파탄났는데도, 이제는 왜 하는지 이유도 모르는 채 죽어 가면서도 마냥 술(히로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수 많은 뽕쟁이들을 접하면서 제발 하더라도 뭔가 좀 알고나 하자(안 할 수 있으면 정말 좋고요)는 뜻에서 이 글을 엽니다. 먼저, 히로뽕(마약)을 왜 하느냐고 물으면, 좋아서 한답니다. 처음부터 좋았다고, 해보지 않고는 모른다고. 다시 왜 좋으냐고 물으면, 대부분은 섹스가 잘 되니, 집중이 잘 되니, 현실을 도피할 수 있느니 등 자신의 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열의 하나 정도는 어디서 들었는지 도파민이 '어떻고 저떻고'라 합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거의 대부분은 도파민(만은 아니지만) 때문입니다.  

  도파민이 뭐냐는 것은 인터넷 백과사전에서 검색해 보시면 되고요. 도파민이 작용하는 뇌 회로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있는데,  이중 중뇌변연계 회로(머리 깊숙이 중뇌와 측좌핵을 잇는)는 중독현상을 설명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위치에 있습니다. 정말 사랑하는 여자와 뜨거운 밤을 보내면서 사정했을 때, 열심히  노력해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을 때, 월드컵 이탈리아 전에서  안 선수가 결승골을 넣었을 때, 로또에 당첨됐을 때, 포커를  치다 스트레이트플러시를 잡았을 때, 슬롯머신을 하다 쓰리세븐을 맞았을 때, (한번 더 대 보십시오) 살아오면서 경험할 수 있는 이 모든 황홀한 쾌락의 순간 뒤에는 바로 중뇌변연계 회로의 도파민이 버티고 있는 겁니다. 따라서 자신의 취향에 따라 이 회로를 강화할 수 있는 행위만 살아남고 그렇지 않은 것은 버려진다고 보면 됩니다.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비교적 자의적으로 쾌락을 유도할 수 있는 기호물의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코카콜라의 코카가 코카인을 의미했었다는 것은 아시죠. 알코올, 담배, 대마, 아편, 코카인, 히로뽕, 러미라, 엑스타시, 본드... 인류문화유산(?) 중 살아 남을 놈만 살아남은 거죠.
그럼 여기서, 머리 안의 도파민의 흐름도를 보면요. 도파민 공장   이용가능한 도파민    도파민 수용체 그리고 이후는 복잡합니다. 다시, 공장에서 일정 부분 나와서 수용체에 작용하고 나머지는 다시 공장으로(전달체를 통해서) 돌아갑니다(파괴되는 놈도 있지만). 도파민은 많으면 좋으니까 먼저 공장이 튼튼하면 좋겠죠. 그러나 그것보다는 공장에서 일일 출고하는 도파민이 많거나, 혹은 어제 쓰다 남은 도파민을 폐기하지 못하게(전달체를 마비시켜 공장으로 못 돌아가게 하면 되겠지요)해서 이용가능한 도파민을 증가시키는 것이 더 좋을 방법일 수도 있겠네요. 여기에다 수용체가 잘 받쳐주면 금상첨화고요. 방금 뽕 한잔하고 오신 분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설명하면 결국 도파민 쪽은 다다익선 입니다. 그럼, 상기 흐름도를 마약과 연결하면, 눈치채셨겠지만, 결국 제일 만만하고 효과적인 것은 이용가능한 도파민을 건드리는 것인데요, 이를 증가시키는 것이 히로뽕이고요, 이를 폐기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놈이 코카인입니다.
 마약중독자라고 해서 허구한 날 마약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도 이유야 어쨌든 - 잦은 구속으로 인한 두려움, 마약에 의해 유발된 정신병적 증상, 가정생활을 포함한 사회적 관계의 훼손, 경제적 곤경 등으로 - 마약을 하는 게 마음 편한 것만은 아니니까요. 대부분의 마약중독자들은 가정이 편안할 때, 일이 있어 바쁠 때, 사회생활이 뭔가 순조로울 때 마약을 끊을 수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때론 그 때의 경험들을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마약을 끊을 수 있는 사람인 양 자신하는 한 근거로 삼기도 하고요. 그러면, 과연 그들이 마약에 심취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는 어떤 차이가 있었던 걸까요. 최근까지의 연구결과로는 이에 대한 해답은 도파민 수용체에 있는 것 같습니다. 

 

20 마리의 짧은 꼬리 원숭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먼저 원숭이들이 한동안 개별적인 생활을 경험하게 한 연후에, 각각을 4 마리씩 한 곳에서 살도록 할당했다. 각 군에서는 사회적 계급이 생겼는데, 이들을 공격적 혹은 복종적 행동에 의거해 등위를 결정했다. 여기서 우리는, 지배군은 부유한 환경을 즐기지만, 종속군은 스트레스가 많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들에게서 PET로 도파민 D2 수용체를 측정한 결과, 개별적으로 생활할 때는 서로 큰 차이가 없었는데, 집단생활 3개월 후에 종속군에서는 이전과 변화가 없었는데 비해, 지배군의 D2 수용체는 평균 20% 가량 증가했음을 볼 수 있었다. 또 이들에게 자유롭게 코카인을 섭취할 수 있도록 했을 때, 비록 이를 완전히 피하진 않았지만, 지배군은 종속군에 비해 코카인 사용량이 현저히 적었다. 이로써 개인의 과거가 어떠했던 간에 생활상의 새로운 긍정적인 경험을 함으로써 마약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Nature Neuroscience 2002 ; 5(2):169-174

그렇다면, 피고용 상태를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은 마약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인가요. 글쎄요. 힘의 논리로만 지배되는 원숭이와는 달리, 인간의 경우, 특히 오늘날 우리사회의 경우 고용인이 오히려 종속 원숭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또 인간에서는 건전한 일 자체가 생활의 활력이 될 수가 있고, 또 이를 통해 가정생활을 포함한 매사가 풍성해질 수 있으니까 전혀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마약중독자가 지배군 원숭이 같은 마음으로 생활을 해 나가는 데는 항우울제와 같은 정신과 약물, 심리 · 정신 · 사회 · 종교적 치료 모두가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겠죠. 여기서 우울증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면요, 많은 중독자가 (현재 혹은 과거든)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우울증은 잘 살던 중독자가 약을 다시 사용하게끔 되는 가장 큰 위험인자 일 뿐더러 실지로 사람도 우울할 때, 마약의 쾌감이 더 진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답니다.
 그럼, 주 5일 열심히 근무하고 주말에 술(히로뽕) 한 잔하고 신나게 애인과 섹스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서 놀고 즐기고 도박도 하고, 다시 월요일이 되면 뜨거웠던 주말을 생각하며 열심히 일하고 하는 그런 생활을 하는 것은 어떨까요. 아마 많은 건전하게 살려는 (?) 마약중독자들은 이와 비슷한 시도를 해봤을 겁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생각대로 되는 것 같았는데, 이상하게 왠지 시간이 지날수록 평일의 근무능률, 집중력 그리고 의욕은 자꾸 떨어지고, 주말에 하는 뽕은 예전 같지가 않고(예전에는 섹스를 더 잘 해보려고 뽕을 했는데, 이제는 뽕이 없이는 서지도 않으니) 칸은 자꾸만 올라가는데, 꼭 끝에 가서는 잡소리가 들리고 경찰이 잡으러 올 것만 같은 무서운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중국산이라서 그런가, 백반이 섞여서 그런가, 요즘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가, 나름대로 설명을 해보지만 대책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평일에도 히로뽕을 하는 것, 주말에는 더 많은 양을 하는 것. 최종결과는 사망.    
대일본제약에서 처음 히로뽕을 판매했을 때, 정말 좋았어요. 태평양전쟁 군수물자 생산하면서 밤새 잠을 안 자고도 즐겁게 일을 시킬 수 있었으니까요. 정말 히로뽕은 좋은 약 같았습니다.  그런데, 히로뽕이 이용가능한 도파민을 증가시키는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봤더니 이 놈이 글쎄 뒷구멍으로 도파민 공장을 파괴시키고 있지 않습니까? 공장이 부실한 상태에서는 평소 늘 도파민이 부족하며, 히로뽕을 해도 이용가능한 도파민 양은 줄어들게 되겠지요. 그래서 '첫 뽕 같은 뽕'은 없는 겁니다.   
 A시에 사는 A씨는 매우 건장한 33세의 남자로 중학교 때부터 히로뽕에 손을 댔습니다. 워낙 영악했던 관계로 인터넷판매 등도 했지만 전과는 거의 없었습니다. 3000번 가량 했을 때까지는 '이 좋은 걸 남들은 왜 안 하나'고 정말 좋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1999년경부터 히로뽕을 할 때면, 예전과는 달리 자꾸 부모님들 또한 (내 주변의 선을 통해 구해서)히로뽕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며, 죄책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아직까지 인격이 완전히 와해되진 않았었나 봅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약에서 깨면 이내 사라지곤 해서 그럭저럭 지내왔는데, 2002년부터는 평소에도 늘 이런 생각이 있다가 술(히로뽕)이 들어가면 상태가 악화되어 심한 죄책감에 부모님을 잡고 "아버지 그게 그렇게 좋습디까. 죄송합니다"라면서 엉엉 울곤 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결국 부모님의 권유와 자신의 의지로 본원에 입원치료 받았으며, 현재는 건전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그럼, 과연 히로뽕을 사용한 지난 십수 년간 A씨에게는 무슨 변화가 생겼던 것일까요. 왜 A씨는 그런(부모님이 뽕을 한다는) 망상을 하게 된 걸까요.
                                    
 경북대학교 병원 핵의학과와 협력하여 예비적으로 촬영한 메스암페타민 남용자들의 IPT SPECT 소견 (두 사람 다 15년 이상 5000회 이상 메스암페타민을 주사한 경험이 있으나, 위의 사람은 사용 중 다소의 우울감 외 특이 소견이 없었으며, 특히 최근 1년간은 2차례 밖에 사용하지 않았음. 밑의 사람(A씨)은 최근 들어 늘 의심하는 증상 및 불안, 우울이 있었으며, 최근  1년간 200차례 사용함. 사진 촬영시 두 사람 공히 메스암페타민 검사는 음성이었음): A씨의 뇌내 기저신경절 부위에 도파민 전달체가 급격히 떨어져(심하게 손상되어 있음)을 보여줌.
        Unpublished data,  National Center on Drug Abuse  

그럼, 우리 뽕쟁이들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머리가 정상적일 때도 어쨌든 뽕에 손을 댔는데, 이제와 제대로 살아보려는데 지금 이런 머리로 어떻게 뽕 없이 살아갈 수 있단 말입니까. 지금이라도 끊으면, 뇌가 회복은 되나요. 얼마나 걸리나요.

  히로뽕 사용으로 인한 뇌 손상은, 오랜 기간(14개월 정도) 이를 자제했을 때, 회복 가능한 것으로 보이며, 중독자가 뽕을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만큼 사용했느냐가 도파민 전달체의 회복에 궁극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편, 이들 회복자들은 운동 및 기억능력에선 일부 호전을 보였지만,   임상적으로 유의하진 않았다. 도파민 전달체의 외관상 회복에도 불구하고 인지기능이 이를 미처 따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 논문의 저자이자 현 NIDA 책임자인  Volkow는 히로뽕 사용이 단순히 도파민 체계만을 손상   시키지는 않는 것 같다고 했다.   
                                                            Journal of Neuroscience, 2001; 21(23):9414-9418

C시에 사는 45세의 향정 전과 11범 C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정말 뽕을 끊을 수 있나요. 2년을 (교도소에서) 살면서 매일매일 마음을 다졌는데도 출소하고 한 달을 못 견디니.. 우리끼리 얘기로 (뽕을) 안 하다 전에 같이 하던 사람을 10년 만에 만나도 가슴이 두근거린다니 원.."
  맞습니다. 맞고요.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성폭행 당했던, 혹은 눈앞에서    아버지(어머니)가 죽는 것을 목격한 경험을, 군인이 전쟁터에서 죽을 뻔하다 간신히 살아났던 때를, 9 11테러의 아비규환 속에서 극적으로 구출된  청년이 당시 상황을 평생가도 잊을 수 있을까요. 시간이 지나면, 많은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표면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릅니다. 안정을 되찾은 것 같이 보일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그 초등학생이 성인이 되어서, 그 군인이 다 시금 전쟁터에서, 그리고 그 청년이 생활현장에서 당시를 연상시키는 비슷한 상황에 맞부딪혔을 때, 과연 그들은 과거로부터 자유로운 채 평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그들이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대답은 '아니요'가 맞습니다. 왜 그럴까요.. 인간에게는 해마(못 보셨으면, 부산 아쿠아리움 가보세요)같이 생긴 구조물이 뇌의 깊숙한 안쪽 부위에 있는데, 이것이 장기기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데는 이제 논란의 여지가 없는데요. 여러분들도 아마 해마학습법이란 말을 들어 보셨을 건데, 이는 학습지 회사에서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이겠지요. 그럼, 우리의 일반적인 경험으로는 기억이란 것은 훈습을 하지 않으면 사라지기 마련인데, 20년 넘게(의식상에서는) 숨겨져 있던 기억들이 한 순간 단순한 큐로 다시 살아나는 것은 왜 일까요. 이에 대한 해답은 해마 옆에 있는 편도란 놈이 쥐고 있는데요. 편도는 우리의 경험 중에서 감정이 사무친 기억을 강화해서 해마가 따로 포장해 두게끔 하는 역할을 한답니다. 그래서 전자의 기억들은 죽음(혹은 그 부위만을 도려낸다든지  그러면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겠지요 -)으로써 자유로워 질 수 있는 거구요. 그런데, 히로뽕 이야기하다, 갑자기 왜 쓸데없는 소릴 하냐구요. 최근에 뽕을 일주일 이상 안 하신 분들은 이미 이해하셨을 겁니다. 앞의 기억들과는 달리 히로뽕(을 포함한 마약들)은 인간으로서는 하지 말았어야 할 너무나도 황홀한, 뼈 속에 사무치는 경험을 한 거구요. 마찬가지로 편도.. 해마.. 포장.. 등등 결국 죽음으로써 만이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겁니다. 따라서 한번의 경험이라도 평생 결전을 치르려는 태세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너무 절망하진 마세요. 요즘 어디 진짜 히로뽕이 있나요. C씨도 요즘 뽕은 뽕이 아니랍니다.
1962년부터 1964년까지 범죄자 강제치료프로그램에 입소한 약 600명의 헤로인중독자를 33년간 추적관찰한 결과, 1997년 현재 - 비슷한 연령 일반인의 50배에서 100배 정도인 - 거의 절반이 사망했으며, 살아있는 자에서도 건강이 좋지 않거나 범죄행위로 구속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은 약물 과다복용 혹은 중독이었으며, 살인, 자살, 사고, 간질환, 암, 심혈관 질환 등이 흔했다. 결론적으로, 헤로인 중독의 경우, 최소 5년 이상 자제했을 때만이 "이제 끊었다"라고 할 수 있지만, 15년간 자제를 한 군에서도 1/4이 어떤 식으로든 다시 사용했다는 점에서는 마약중독의 진정한 속성을 엿볼 수 있으며, 따라서 우리는 중독치료프로그램을 시행함에 늘 재발을 생각해야 한다.
                                                                  Arch Gen Psychiatry. 2001 May;58(5):503-8
 작년에 싱가포르에서 열린 자극제치료 심포지엄에 '한국의 현황'을 발표하러 참석했는데요. 그곳에서 싱가포르 마약국장과 개인적으로 한담을 나누면서, 자기네들은 헤로인은 3번의 치료 기회를 준 후 안 되면 구속하지만, 엑스타시는 한 알에 1년씩(교도소에) 살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지금까지 효과도 있었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 치의 의견에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편입니다. 왜냐구요. 대마, 엑스타시 중독은 사실 별로 치료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깟 풀 몇 포기 비비다가, 알약 몇 개 집어먹다 몇 년씩 살고 나오면, - 정말 상식을 가진 인간이라면 - 더러워서 안 하게 될 테니까요. 진정한 마약은 (교도소에) 수년을 살고 난 후에도, 작업 술인 줄 뻔히 알면서도, 가정이 파탄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안 되는데, 안 되는데, 정말 마지막이다' 하면서도 또 찾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 제 말 오해하지 마시고요- 대마, 엑스타시 하지 맙시다. 제발 '마약이 아니니, 기니' 대들지 말고 정말 중독성(마약으로서의 효능)이 그렇게 약하다고 느낀다면, 그냥 하지 맙시다. 차라리 화끈하게 제대로 된 마약을 권합니다. 그리고 엑스타시는 뇌에도 치명적입니다

                                        .

  비비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PET 연구에서 엑스타시 사용은 수 년 동안의 세로토닌 전달체 감소를 야기했으며, 이는 실제 뇌 조직을 검토했을 때 세로토닌 신경말단 손상과 일치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은 이러한 변화가 실지 뇌 기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인데, 지금까지의 연구결과, 엑스타시를 많이 사용할 경우, 용량에 비례해서, 마지막 사용 후 적어도 2주간, 시각 및 구두 기억능력, 주의력에 많은 손상을 보인다고 한다.           Journal of Neuroscience 1999; 19(12):5096-107
 B시에 사는 25세의 B군은 매우 똑똑하고 성실한 청년이었답니다. 고등학교 때 태권도 4단을, 바둑은 정식 인증을 받진 못했지만 단 수준이었고요. 그러나 대학을 진학하면서 객지에서 혼자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본드에 점점 몰입하고부터는 멍청해지고 학업을 게을리하고 친구를 멀리하고 매사에 의욕이 없어지고 세상을 비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보다 못한 오직 B군만 바라보고 사는 어머니는 정신병원에 6개월가량 입원을 시켰습니다. 그러나 B군은 퇴원 후 이내 다시 본드에 손을 댔으며, 어머니는 재차 1년가량 다른 정신병원에 입원시켰습니다. 똑똑하기만 하던 B군은 이제 본드가 아닌 오랜 격리생활로 갈수록 희망이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본원을 알게 된 어머니는 B군의 입원치료를, 그것도 1년 정도의 장기입원을 의뢰해 왔습니다. 첫 만남에서 본원의 원칙을 설명하고 어머니의 잘못된 믿음에 대해 교육했으며, 입원 기간 중 철저한 치료적 관계 속에 '다시 본드를 흡입하면 스스로 병원에 들어오기'로 B군(의 건강한 자아측면)과 약속하고 2개월 만에 퇴원했습니다. 첫 퇴원 후 보름 만에 본드를 빨면서, 치료진과의 약속대로 재입원했으며, 2개월 후 재퇴원한 지 8개월이 경과한 현재, 그동안 바둑 4단 인증을 따서 (누나가 경영하는) 어린이집 아이들을 상대로 (유료)바둑강의를 하고, 짬짬이 태권도 학원강사 일도 하며, 태권도와 바둑을 한번에 가르칠 수 있는 학원을 설립할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물론, 정말 잘 살지는 앞으로도 더 두고 봐야겠지만요. 이렇듯 본드와 같은 유기용제는 뇌손상이 심한 것은 사실이지만, 회복도 비교적 빨라서 "B는 바둑4급도 안 되는 것 같던데" 정도로 치료진을 깜짝 놀라게도 합니다.

 

 코카인과 휘발용제흡입 중독자를 비교한 결과, 흡입중독자에서 뇌 손상이 훨씬 심했을 뿐만 아니라, 작동기억(컴퓨터에서의 RAM과 유사한), 주의력, 기획력 및 문제해결 능력에서도 현저히 떨어졌다.  MRI 촬영상, 코카인 중독자는 25.5%에서, 흡입중독자는44%에서 이상소견을 보였는데, 후자의 경우 시상, 기저핵, 뇌교 및 소뇌 등의 부위에서 현저했으며, 그 결과 흡입중독자들에서 운동실조증, 보행장애 및 경련성 마비 등을 흔히 볼 수 있다. 또 흡입중독자에서는 뇌의 백질 손상이 흔했으며, 이 경우 지능장애가 심했다. 그러나, 휘발용제로 인한 뇌손상은 신경조직의 세포막 변화에 기인한 것이지, 신경전달에 중요한 신경원 혹은 축색돌기의 손상은 아니므로, 이를 중단만 하면, 기능을 충분히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Journal of Toxicology -- Clinical Toxicology 2002 40(1):21-34

 정신과 영역에서 정신분열증의 실험적 모델을 만들려는 노력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는데요. 정신분열증의 증상은 크게 양성 및 음성(요즘은 인지증상도 많이 얘기하지만)으로 대별할 수 있는데요. 양성증상은 환청, 환시, 피해망상, 관계망상, 과대망상, 질투망상 등 주로 남과 관계된 것이고요, 음성증상은 무쾌감증, 무동기증, 운동불능증 그리고 대인관계 회피 등 일체의 것을 안 하려는 것인데요, 예후, 약발 측면에서 양성증상이 훨씬 좋습니다. 그런데, 정신분열증의 양성증상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약물이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 바로 히로뽕이고요, 양성, 음성 증상 모두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은 백인들이 과거에 꽤나 즐겼던 '펜사이클리딘' 이라는 마약입니다. 뽕도 한번 꼽히면, 후유증이 심한데, 펜은 얼마나 힘들겠어요, 상상만 해도 지겨워요. 그런데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모든 게 펜이 뇌의 NMDA란 수용체를 차단해서 그렇다네요. 어쨌든 한국에는 펜이 없으니 '휴' 하시는 분들 계시겠지만, NMDA 차단제로 펜과 유사한 약물은 있으니, 그 이름이 덱스트로메토르판, 속칭 러미라, 약, 콩이에요. 현재도 러미라는 진해거담제(코프 시럽의 주성분)로서의 명성이 여전한데, 권장용량에서는 물론 안전하지만, 고용량에서는 해리현상('환각상태에서의 납치사건' 뉴스에서 많이 보셨지요)을 유발하는데요, 이는 용량의존적으로 경미한 자극제효과와 착시현상에서부터 완전한 해리감까지 다양하며, 효과는 대개 6시간가량 지속됩니다. 제발 러미라 하지 마세요. 정 끊기 어려우면 술을 새로 배우세요(대부분의 러미라 중독자들은 술을 잘 못해서 대용으로 하곤 하지요). 술도 경미하게나마 NMDA를 차단하니까요.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당신들 땜에 애꿎은 러미라가 향정이 되고 약국에서 취급하기가, 또 앞으로는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울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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